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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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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홀의 조선회상(2)


다음은 양화진닷넷(yanghwajin.net) 올려져 있는 임혜정 집사님이라는 분께서 쓰신 감동어린 독후감입니다. 아마 이분은 이책을 읽고 양화진을 방문한후에 글을 쓰신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이책을 읽지도, 양화진을 가보지도 못한탓에 이와 같은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저 가슴 뭉클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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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은, 이 세상에 진짜 같은 거짓말과, 거짓말 같은 진짜, 둘 중 어떤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 여 년 전, 17 세기 문학 개론을 듣기 위해 대형 원형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여유만만 환하게 미소 지으시던 백발, 아니 은발의 멋진 노교수님, 그 분이 던지셨던 질문이 떠오른다. 선뜻 대답하지 않던 학생들 대부분이, 그러니까, 진짜 같은 거짓말이라고 중얼거렸다. 선생님은 여전히 밝게 웃으시며 실은 후자라고 말씀하셨다. ‘그럴듯한, 진짜처럼 보이는 것’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시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 이성의 한계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도 오랫동안 내가 만났던 학생들과 지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진짜 같은 거짓말이 훨씬 더 많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믿을 수 없는 진짜로 가득하지 않은가… ‘닥터 홀의 조선 회상’을 읽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거짓말 같은, 믿기 어려운 진실에 놀라며, 끊임없이 ‘이럴 수가’를 연발했다.

1890년부터 1940년까지, 반 세기 동안 2 대에 걸쳐 조선 땅에서 선교 의료로 헌신했던 윌리엄 홀과 아내 로제타 셔우드, 그들의 아들 셔우드 홀과 그 아내 메리안 버텀리. 그들이 증거한 하나님의 뜻에 합한 삶과 사랑을 몇 장면으로 어찌 다 재현할 수 있으랴.

#1 세대, 윌리엄 홀과 로제타 셔우드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 받던 남편 윌리엄 홀을 일찍 잃고, 뒤따라 유복자로 태어난 사랑스러운 딸을 잃어버린 후에도 여전히 로제타 셔우드는 불굴의 의지로, 의료 선교 활동을 지속했다. 그 덕분에, 한국 땅에 최초의 여자 의학교가 설립되었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교육이 시작되었다.

#2 세대, 셔우드 홀과 메리안 버텀리
1893년 서울에서 태어난 셔우드 홀(‘닥터 홀의 조선 회상’의 저자)은 한국 결핵 퇴치의 아버지로 불리움이 마땅하리라. 그는, 최초의 결핵 요양소인 해주 구세 요양원을 세웠으며, 조선인에게는 수치스러운 병이었던 결핵을 치유하고 병식을 계몽할 원천이 될 크리스마스 실을 1932년 최초로 이 땅에 보급했다. 시기가 너무 늦어 수익성이 의심스러웠지만, 조선인들이 구정을 세는 까닭에 우리 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실은 성공적으로 팔려나갔다. 전부터 우표 수집에 관심이 많았던 닥터 홀은 크리스마스 실의 디자인, 인쇄, 보급 전 과정에 열정을 기울였다. 크리스마스 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실 포스터, 크리스마스 카드, 우편 엽서, 조각 퍼즐 등이 동시에 판매된다. 20대 후반이었던 김기창 화백,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케이스 등 유명 화가들도 그 도안에 참여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크리스마스 실의 성공으로 결핵 치유 사업은 점점 활기를 띠어 갔다. 결핵 환자였던 이웃 소녀를 돕기 위해, 우표수집광으로 소문난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조선 우표와 크리스마스 실을 보내자고 제안한 것은, 닥터 홀의 일곱 살 난 아들 윌리엄이었다. 얼마 안 되어, 조선 우표를 보낸 윌리엄에게 감사를 표하며 어린 소녀의 쾌유를 비는 대통령의 짧은 답장이, 백악관으로부터 도착하고, 소녀는 놀랍게 빨리 건강을 되찾는다. 크리스마스 실과 더불어 훈훈한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나갔다.

#선물
끊임없는 환자들과 역경에 처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때때로 주님은 달콤한 꿈 같은 휴식을 선사하셨다. 화진포 앞 바다가 굽어 보이는 암벽 위의 대지, 푸른 나무 숲. 이를 배경으로 닥터 홀이 꿈꾸던 별장은 그저 막사 정도의 작은 집이었다. 그런데, 알고 지내던 한 독일인으로 인해-그는 나치 독일을 피해 조선에까지 이르렀던 건축가였다-, 닥터 홀 머리  속에 그려졌던 막사는 성이라고 불러도 서운하지 않을 독일 식 별장으로 변모한다. 회색 돌로 지어진 성… 절경을 즐길 틈도 없이 고민에 빠진 그의 첫 질문은 ‘얼마입니까’였다. 터무니 없이 싸게 책정된 건축가의 청구액이 너무 작아서 놀라기는 했지만, 그 조차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그는 다시 머리를 쥐어 짜고 하늘을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해결책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윌리엄 홀의 사망 후 받았던 생명 보험금으로 사두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평양의 집이 성의 건축비가 되어 돌아 온 것이다. 이쯤 되면, ‘하나님은 정말 깜짝 이벤트 전문가야!’라고 할 밖에…

#노부부의 희한한 패션쇼
“와우, 멋져요!” “아름답군요!”
1984년 캐나다 밴쿠버 부근 리치몬드. 88세의 메리언이 한 벌씩 차례로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그 때마다 91세의 남편 셔우드 홀과 몇몇 지인들은 갈채와 감탄으로 그녀를 맞았다. 은퇴해 여유롭게 살고 있는 부자 의대 동창 친구들에게 빌려 온 옷이 여전히 자태가 고운 메리언에게 멋지게 어울렸다. 수 십 년 동안 변변한 양복 한 벌을 가지지 못했던 셔우드 홀은 이미 지인들의 모금으로 양복 한 벌을 마련한 상태였지만, 메리언은 이렇게 손수 옷을 챙겼다. 늦게나마 한국결핵협회가 노부부를 초청했고, 한국 정부에서 ‘모란장’ 훈장을 수여한다기에, 평생 청빈했던 그들은 즐겁게 그리고 겸손하게 먼 여행을 준비한다. 그리고 44년 만에 공식적으로 다시 찾은 한국. 감사와 우정 어린 인사가 줄을 잇는다. 서울에서 태어난 셔우드 홀에게 서울 시에서 증정한 서울시 명예시민권은 특별한 기쁨이 된다.

#1991년 닥터 홀 부부 양화진에 잠들다
1991년 캐나다에서 각각 98세와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셔우드 홀과 메리안이, 한줌의 재로 돌아와,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아들이 이미 묻혀 있던 양화진에 안착한다.

그들이 엮어낸 이 땅에서의 삶은, 이렇게 그들이 이 땅에 묻히기를 원하고 실현됨으로써 완성되었다. 뛰어난 의술과 놀라운 인내를 배경으로 한 기득권적인 부와 명예를 바라지 않고, 오직 죽도록 헌신한 홀 가문 2 세대의 일대기를 통해서, 나는 그들이, 수업과 경력으로 이름을 얻은 웬만한 경영인이나 이벤트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인 이벤트 사업가라고 느꼈다. 단지, 선교사, 의사로서 활동한 것이 아니라, 나날이 산적한 당면 문제들을, 모든 면에서 어떤 사업가보다도 수완을 발휘해 가면서 처리하고, 또 의사 소통해내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과 동시에 위로를 받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동역의 의미도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평생 주님을 바라보면서 수고한 주님의 위대한 동역자들이 남긴 발자취 하나 하나에 그저 멍하니 서서, 소리 없이 저대로 흐르는 눈물로 경탄을 표한다. 닥터 홀과 그 일가의 묘지가 우리 옆에 이렇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편 행복하고 한편 몸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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